패션에 관한 단상 - Style을 보고 짧게.

그건 터쿼즈 블루가 아니라 정확히는 셀룰리언 블루야.

2002년에 오스카 드 라 렌타가 셀룰리언 블루 가운을 처음 발표했지. 그 후에 입 센 로랑이 밀리터리룩의 셀룰리언 블루 자켓을 선보였고, 연달아 8명의 다른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 셀룰리언 블루가 등장하며 전성기를 열었어.그리고 그 유행이 끝나자 셀룰리언 블루는 백화점에서 할인매장으로, 다시 끔찍한 캐주얼 코너로 넘어가서 결국 너에게까지 도달한 거야.
하지만 처음 발표된 이후 흥망성쇠를 거쳐 마침내 네 손에 이르는 동안, 그 셀룰리언 블루는 수백만 달러어치의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했어.

정말 우습지 않니?
패션계와는 상관없다는 너도 그 패션계 사람들이 만들어낸 블루를 입고 있다는 게?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中


그냥 잊어버리기는 좀 아까우니 짤막하게.

드라마 '스타일' 6회를 보았다. 물론 챙겨보는 건 아니고, 채널 돌리다 김혜수가 너무 예뻐서 보았다. (고현정 때문에 선덕여왕에도 종종 같은 경우가 있다) 재미는.... 없다고 구구절절 까서 뭐하나. 넋놓고 이쁘다 하면서 잘 봤으면 됐지. 내가 하고 싶은 건 좀 다른 종류의 한 마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어디에서나 진리다. 하물며 '보이기 위한' 노력의 집결체인 패션에서야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 제아무리 명품을 몸에 휘감아도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야 보람이 있는 것이고, 내가 지금 무엇을 걸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패션은 다를 수밖에 없다. 무언가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곧 그에 상당하는 관심의 표현이고 애정의 표현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스타일 200호 발행 기념 파티에서 누가 무슨 드레스를 입었어야 하는지는 꽤나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박기자는 자신이 어떤 드레스를 어떤 의미 때문에 원하는지 매우 정확히 알고 있었고, 자신이 그 드레스를 걸쳤을 때 어떤 결과를 바라는지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모르기는 몰라도, 그녀라면 대신 고른 그 파란 드레스에도 분명히 무언가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서 입었을 법 하다. 그것은 잘 아는 누군가가 대신 인맥 동원해서 공수해 준 드레스를 '너무 예뻐요! 그런데 제가 입기엔 등도 너무 파였고 괜찮을까요?' 라면서 아무 생각없이 걸친 주인공과는 격이 다르다. 단순히 '누가 무슨 옷을 입었는가' 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은가? '그 옷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대체 그들이 애초에 패션을 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의미를 모르고 200벌 한정 생산 드레스를 멋들어지게 걸쳐보았자 개발의 편자요 돼지 목의 진주일 뿐. 게다가 우리의 주인공이 베스트 드레서가 된 것조차 그 의미를 꿰뚫어 본 것이 아니라 박기자를 질투하는 사람들의 장난질일 뿐이니 (설상가상으로 그 드레스를 처음에 요구했던 박기자조차 결국에는 그 드레스를 알아보지 못하니) 나로서는 해당 드레스의 버림받은 운명에 통한할 뿐이다. 적어도 패션을 중심 아이템으로 다룬다는 드라마에서 이렇게까지 패션이 우습게 취급당하다니 놀라울 따름.

by 난나 | 2009/08/17 21:37 | 일상의 쳇바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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